GPT-3가 2020년에 처음 등장했을 때, AI를 활용한 제품 개발을 고민하는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당시의 강연 내용을 정리한 이 글은, AI 제품의 전체 개발 주기를 경험해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명확히 알 수 있었던 시기의 생각을 담고 있다. 2019년, 빌 벅스턴(Bill Buxton)과 두 번의 깊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막연하고 흩어져 있던 생각들이 정리되고 동시에 새로운 차원의 궁금증들이 샘솟는 경험을 했다. 빌 벅스턴이 해주었던 말이 머리 깊숙히 박혀 나아갈 방향이 어딘지 알 수 있었다. 2020년에는 해당되었지만 2025년에는 그렇지 않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는 무엇일까?

AI 제품 개발, “오래된 디자인에 새로운 기술을 덧입히지 마라”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 삶의 다양한 영역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특히 AI 기반 제품과 서비스는 기존과는 다른 접근 방식과 디자인 철학을 요구합니다. 그렇다면 AI 기반 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1. “오래된 디자인에 새로운 기술을 덧입히지 마라” 이 문구는 AI 제품 디자인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단순히 기존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AI 기술을 추가하는 방식으로는 진정한 혁신을 이루기 어렵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제공하는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고, 이전에 불가능했던 것들을 가능하게 만드는 디자인을 고민해야 합니다. 과거의 기술에 맞춰진 UI/UX 패턴이나. AI의 본질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기존의 선형적 사고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소나타를 타다가 페라리를 타는 것이 될 뿐, 비행기나 우주선을 타는 경험은 제공하지 못합니다.

  2. 제조업과 AI 기반 서비스의 차이 기존 제조업에서는 디자이너가 사용자 문제를 찾아내고, 그 문제를 해결할 도구를 만들어서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AI 기반 서비스는 다릅니다. 사용자가 스스로 문제를 찾고, 비슷한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서비스와 상호작용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는 형태입니다. 사용자가 서비스와 상호작용할수록 그 효과가 강화되어 사용자에게 이득이 돌아오는 것이 AI 기반 서비스의 특징입니다.

  3. AI 기반 서비스의 핵심: 인터랙션 데이터와 디바이스 AI 기반 서비스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사용자의 인터랙션 데이터’입니다. 데이터를 많이 쌓기 위해서는 사용자와의 접점을 계속 늘려가야 합니다. 웹이나 모바일 데이터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낀 기업들은 실생활, 가상 공간(VR, 게임), 증강 현실(AR) 등 다양한 차원에서 사용자와의 접점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디바이스’는 AI 기반 서비스의 또 다른 핵심 요소입니다. 기존 하드웨어를 활용하는 것에는 센서의 제약이 있고, 새로운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은 어렵습니다. 예를 들면, AI 기반 헬스케어 서비스의 목표는 사람들이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될 정도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이를 위해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정보를 제공하고, 앱을 자주 사용하며, 디바이스(센서)를 몸에 지니고, 앰비언트 센싱이 가능한 공간에 오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설득 기술(Persuasive Technology)과 행동 변화 AI 기반 서비스는 사용자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설득 기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구글이 정보 탐색 방식을, 아마존이 구매 방식을, 페이스북이 뉴스 소비 방식을, 이모티콘이 소통 방식을 변화시킨 것처럼, AI는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a. 행동 변화를 위한 디자인은 다음 8단계 과정을 따를 수 있습니다: b. 간단한 행동 목표를 선택합니다. c. 수용적인 대상을 선택합니다. d. 목표 행동을 방해하는 요소를 찾습니다. e. 적절한 기술 채널을 선택합니다. f. 설득 기술의 관련성 높은 사례를 찾습니다. g. 성공적인 사례를 모방합니다. h. 빠르게 테스트하고 반복합니다. i. 성공을 확장합니다.

  5. 설득의 3요소: 동기, 능력, 트리거 Fogg 행동 모델에 따르면, 행동은 동기(Motivation), 능력(Ability), 트리거(Trigger)의 세 가지 요소가 동시에 존재할 때 발생합니다.

    동기(Motivation): 즐거움/고통, 희망/두려움, 사회적 수용/거부 등의 요소가 있습니다.

    능력(Ability) (단순성): 설득력 있는 디자인은 단순성에 크게 의존합니다. 사람들은 학습과 훈련에 저항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능력을 높이는 것은 새로운 것을 가르치거나 훈련시키는 것이 아니라, 목표 행동을 더 쉽게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트리거(Trigger):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형태의 트리거가 주어지지 않으면, 동기와 능력이 갖춰져 있더라도 행동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동기가 낮은 경우 짜증을 유발할 수 있고, 능력이 낮은 경우 자괴감을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6. 행동 변화를 위한 원칙들

    상호성(Reciprocation): 사람들은 호의를 갚아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낍니다. 사회적 증거(Social Proof): 다른 사람들이 내린 결정에 대해 안전함을 느낍니다. 헌신과 일관성(Commitment and Consistency): 사람들은 이전에 보고된 행동을 고수하고 싶어 합니다. 호감(Liking):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더 잘 설득당합니다. 유사성, 칭찬, 매력 등이 요인이 됩니다. 권위(Authority): 사람들은 높은 수준의 지식, 지혜 또는 권력을 가졌다고 인식되는 사람들의 말을 더 잘 듣습니다. 희소성(Scarcity): 사람들은 공급이 부족한 것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국 사용자는 “벡터” 입니다. 방향과 모멘텀이 중요합니다.

사용자가 단순한 ‘스칼라’ (단일 숫자)가 아니라 ‘벡터’ (다차원적인 존재)라는 개념에 비교됩니다. AI서비스의 핵심적인 역동적인 측면, 즉 사용자의 여정에서 방향과 크기/가속도입니다. AI 서비스 디자인에 있어 진정한 힘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사용자란 그저 무엇인지(속성)를 넘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어떤 모멘텀으로 움직이는지가 중요합니다.

  1. 방향: 모든 사용자는 서비스나 제품과 상호작용할 때 목표, 의도, 원하는 결과가 있습니다. 그들은 특정한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구매를 완료하거나, 정보를 찾거나, 문제를 해결하거나, 누군가와 연결하거나, 즐거움을 얻으려는 것이죠. 이러한 ‘방향’은 그들의 예상되는 여정입니다.

  2. 크기/속도: 목표를 향해 얼마나 빨리 움직이고 있나요? 여유롭게 둘러보고 있나요, 아니면 뭔가를 빨리 해내기 위해 움직이고 있나요? 이것은 그들의 긴급성, 현재 마음 상태, 혹은 다른 여러가지 상호작용의 흐름을 나타냅니다.

  3. 가속도/모멘텀: 진행하면서 추진력을 얻나요? 점점 더 쉽고 만족스럽게 목표에 도달하나요? 아니면 그들을 늦추거나, 멈추게 하거나, 심지어 방향을 바꾸게 하는 마찰 지점에 부딪히나요? 이것은 여정의 ‘고착성’ 또는 ‘되돌릴 수 없음’과 관련이 있습니다.

사용자의 벡터적 여정을 위한 디자인

사용자를 방향과 모멘텀을 가진 벡터로 이해하는 것은 서비스 디자인에 대한 우리의 접근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킵니다.

  1. 예상되는 여정 예측하기: 단순히 과거 데이터를 보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현재 의도와 미래 방향을 추론해야 합니다. 그들의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요? 어떤 장애물에 부딪힐 수 있을까요? 서비스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사용자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길을 닦고, 예상되는 방향 전환을 예측하며,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2. 흐름과 속도 최적화하기: 마찰은 모멘텀의 적입니다. 불필요한 클릭, 혼란스러운 라벨, 느린 로딩 시간은 모두 사용자의 ‘속도’를 늦추는 방해 요소로 작용합니다. 프로세스를 간소화할 수 있을까요?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을까요? 정보를 미리 채우거나 스마트한 제안을 통해 목표 달성 속도를 높일 수 있을까요?

  3. 모멘텀을 구축하고 되돌리기 어렵게 만들기: 이것이 중요합니다. 사용자가 목표를 향한 모멘텀을 얻으면, 여정을 되돌리거나 포기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반쯤 채워진 장바구니를 포기하는 것이 단순히 막 열어본 웹사이트를 닫는 것보다 얼마나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생각해 보세요.

잘 디자인된 서비스는 이러한 모멘텀을 구축합니다. 각 단계가 생산적으로 느껴지고, 각 상호작용이 올바른 길을 가고 있음을 확인시켜주어 사용자가 경로를 이탈하거나 포기할 가능성을 줄입니다. 반대로, 혼란스럽거나 답답한 경험은 사용자를 급격히 ‘감속’하게 하여 종종 완전히 되돌아가 포기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되돌리기 어려운’ 사용자의 영향

사용자가 특정 방향으로 상당한 모멘텀(높은 크기)을 가지고 있다면, 그들의 여정은 ‘되돌리기 어렵게’ 됩니다. 이것을 사용자와 서비스 제공자 모두에게 이점이 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사용자에게: 원하는 결과에 도달하기 위한 원활하고 효율적이며 만족스러운 경로를 경험하게 됩니다. 서비스에: 더 높은 전환율, 증가된 참여, 감소된 이탈률, 그리고 궁극적으로 더 큰 성공을 가져옵니다. 그러니, 사용자의 속성만을 개별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멈춥시다. 그들의 의도된 방향을 파악하고, 속도를 측정하며, 결정적으로 막을 수 없는 모멘텀을 구축하는 경험을 디자인하기 시작합시다. 왜냐하면 사용자에 관한 한, 그들이 누구인지만이 아니라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빨리 가고 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AI 기반 제품을 성공적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술을 구현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행동을 이해하고, 설득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인간 중심적인 디자인 접근 방식이 필수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