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을 잃지 않고, 개구리 올챙이 적 시절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래서 잡마켓이나 구직/이직 고민을 나누는 분들께 최대한 솔직하게 경험을 전달한다. 사실 개인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일이라 꼭 해야 할 이유는 없지만, 커미티 활동 같은 일종의 academic 봉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내 상황은 이러이러한데, 당신이 길을 찾아줘라’라는 식으로 정보 수집이 아닌 대신 고민을 해줄 것을 부탁한다. 아니면 ’지름길’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본인이 스스로 숙제를 하지 않고 본업에서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싶지만, 대부분 돌려서 이야기하게 된다. 특히나 East Asian 학생들은 결과 중심적으로 “내가 지금 뭘하면 n년 뒤에 교수 임용이 되냐, 혹은 xx에 취업할 수 있냐” 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목표의식이 있는 것은 중요하지만, 뚜렷한 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사기꾼 아닌가. 구직 활동도 내가 나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만나는 사람들과 좀 더 알맹이가 있는 대화들을 하게 된다. 사실 중요한 순간 순간 운빨이 터져서 여기까지 와있지 엄청나게 치밀한 계획과 실행력과 특별한 노하우 때문이 아니다. 운의 흐름으로 살지만 그 안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싶은지 어떤 의미를 굳이 찾고 부여할 것인지 의식적으로 사는 편이 그래도 남는게 많다.

나라에서 gpu도 만들고 llm도 만들겠다고 난리인 것 같다. 정말 진심이라면 숟가락 얹을 생각하지 말고 수많은 걸림돌이 뭔지 국내외 기업들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물어보고 하나씩 없앨 방법을 찾고 제시하고 실행하고 노력할 것 같다. 바쁜 사람들 불러다가 사진 찍고 쇼를 할게 아니라.

직접 가보지는 않아서 모르겠지만 나에게 구직 상담하는 학생들 처럼 “어떻게 하면 미국 중국 처럼 만들 수 있습니까?” 라는 질문들을 하는 것 같다. 돈이 얼마나 필요하냐, gpu가 얼마나 필요하냐, 사람이 얼마나 필요하냐, 등등. 역시나 대신 고민을 해달라는 부탁, 지름길을 알려달라는 부탁. 목표의식이 있는 것은 중요하지만, 뚜렷한 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사기꾼 아닌가. 본인이 스스로 숙제를 하지 않고 본업에서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싶지만, 기회도 없고 설령 기회가 와도 돌러서 말할 것 같다. 차라리 “연구실이 결과도 좋고 분위이도 화목하던데 어떤 first principle들을 가지고 운영을 하시나요?”, “기업에서는 이러 이러한 systematic한 어려움이 있을텐데 어떻게 해결하시나요“를 물어보는 편이 빠르지 않을까.

요즘 LLM Agent의 사회적 지능에 대해 이야기를 하러 다닌다. 그 중에 이런 이야기를 한다. 우리 인간 사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생각해보면, 도저히 해결이 불가능한 수많은 의견의 불일치를 포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동을 하고, 자기 기능을 한다. 개개인으로서 더 열심히 생각하거나 더 많은 기억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되돌릴 수 없는 의견 불일치가 있지만, 안정성은 일련의 conflict resolution 방법들 의해 유지되고, 우리 개개인의 행동은 소속된 사회 구조를 통해 안전하고 협력적이 되도록 regularize된다.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특징은 유행에 민감하고 adoption이 빠르고, 개개인 사이의 social distance가 좁기 때문에 크고 작은 interaction이 아주 dense하게 많이 일어난다. 우리 사회 구조의 특성을 이해하는데서 돌파구가 나오지 않을까. 내가 국민으로 부터 일시적으로나마 책임을 부여받은 사회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만나는 사람들과 좀 더 알맹이가 있는 대화들을 하게 되지 싶다.

블로그 글을 올리자마자 발견한 비슷한 맥락. Edward Hughes’ tweet on Alfred North Whitehead